이번에 소개하는 책은 167쪽의 매우 얇은 분량의 책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과 깊이는 두텁습니다. 플레밍 러틀리지의 「예수의 마지막 말들(The Seven last Words from the Cross) 」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남기신 말씀, 이른바 ‘가상칠언’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주요 내용입니다. 저자 러틀리지는 미국인으로 성공회 사제(여자)입니다. 현대 최고의 설교자로 불리기도 하고, ‘십자가에 사로잡힌 삶을 살아온 사람’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주님의 말씀 중 ‘다 이루었다’의 의미를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스어로 이 구절은 단순히 ‘끝났다’, 혹은 ‘종료되었다’를 뜻하지 않습니다. ‘다 이루었다’, 혹은 ‘완성했다’를 뜻하지요… 완전히 패배한 것처럼 보이는 바로 그 순간에 예수께서는 자신이 정복자라고 선언하셨습니다.”
이 구절을 읽고, 한 참을 묵상했습니다. 세상은 다 끝났다고 했을 그 때에 주님은 다 완성하셨다는 말입니다. 동일한 사건이 정반대의 세계관을 생산해 낸 것입니다. 하나는 이 땅의 것, 다른 하나는 하늘의 것이지요. 그러고 보니 우리는 이 장면을 날마다 목격하게 됩니다. 세상은 아니라고 하는 것을 예라고 하고, 세상은 예라고 하는 것을 아니라고 하는 장면 말입니다. 그렇게 이 땅에 발 딛고, 하늘을 사는 자들이 그리스도인, 성도입니다.
이 책에 소개된 저자의 글 중 한 부분을 여기에 옮겨 보겠습니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 내게로 오는 사람은 결코 주리지 않을 것이요, 나를 믿는 사람은 다시는 목마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이가 십자가에서 굶고 있습니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할 것이라 말한 이가 십자가 위에서 목말라 죽어가고 있습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사람은 죽어도 살고, 살아서 나를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아니할 것이라고 말한 이가 죽음이라는 성채에 들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