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과 더불어, 일반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과학자 중의 한 명이 리처드 도킨스일 겁니다. 그의 화제작, 「이기적 유전자」와 쌍둥이 책인 「확장된 표현형」은 대중을 과학으로 인도하고, 과학적 사고가 현대인의 상표가 되는데 큰 기여를 했지요. 그의 최근 작이 「신, 만들어진 위험」입니다. 전작인 「만들어진 신」을 읽지 않았지만 목차를 보니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최근 작을 사서 읽었습니다. 매번 느끼지만 독자를 설득하는 그의 글솜씨는 대단합니다.
책을 읽는 동안 줄곧 불편함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도킨스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자기의 주장을 전개하면서 ‘과학’이라고 이름 붙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과학은 신앙(믿음)과는 차원이 다른 경지이고, 한 마디로 교양 없고, 모자란 자들의 유산이 신앙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주장 역시 ‘믿음’에서 비롯되었음에도 불구하구요.
이 불편한 속을 풀어주는 책이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도킨스의 신」입니다. 이 책은 제가 읽은 도킨스의 「신, 만들어진 위험」 보다는 이전에 발행된 책입니다. 그러나 그의 비판의 맥락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습니다. 맥그래스는 22세에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분자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같은 학교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도킨스와는 정반대로, 무신론자에서 유신론자(기독교인)가 된 경우입니다.
그는 도킨스의 주장을 조목조목 증거를 갖고 반박합니다. 물론 과학자로서 그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는 예의를 갖추면서요. (도킨스의 주장은 과학계에서는 뒤처진, 한물간 이론이지만 대중이 그 사실을 알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책의 4장에 언급된 5세기 교부, 아우구스티누스(영, 어거스틴)의 주석 「창세기의 문자적 의미」에 나오는 ‘씨앗처럼 법칙’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 두 과학자의 책을 읽어 보시면 어째서 ‘믿음’이 은혜 인줄을 알게 되실 겁니다.